가족 이야기

안부 전화

Peter-C 2017. 5. 15. 06:50

안부 전화

안부(安否)는
편안하게 잘 지내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소식을
또는 인사를 묻고 전하는 일이다.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건
그 사람과 맺은 인연이
아직 끊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윗사람들에게는
주기적으로 안부전화를 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도리요, 예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도 있지만,
안 하면 궁금해 하시면서 섭섭해 하신다.

직장에 다닐 적에
불현듯 생각이 나면
전화를 드려야지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가 잊어버리곤 했었다.

요즘은 은퇴를 해서 핑계거리가 없다.
생각이 나면 즉시 하는 게 좋다.

특히 예전과는 달리
손에 핸드폰이 늘 들려있지 않은가.

통화를 못하더라도
전화를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생각하고 관심이 있다는 표시다.

병석에 누워계시거나
기력이 급격히 쇠약하다는 소식이 들리면
안부보다는 생사를 확인하는 전화 같아서
게름직하지만

그래도 안부전화를
해야만 한다.
기다리고 계심이 분명하니까.

궁금하시거나,
전화가 올 때가 지났다 싶으면,
왜 없을까 하고 전화를 주시면 되는데,
꼭 내가 전화를 할 때까지 기다리신다.

말주변이 부족해서
그냥 형식적인 인사다.

하지만 상대방은
오랜만에 대화처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풀어 놓으신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어디 한 둘인가.
마음에 차지 않고, 한심스러운 일들이
세상천지니 넋두리를 하신다.

넋두리만으로도
살아 계시다는
뜨거운 증거이다.

넋두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빚을 갚은 듯 기분이 좋다.

더구나 거동이 불편하시면
친지들의 전화만을 기다리는 게
유일한 즐거움일 수도 있다.

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실 때,
어머니께서 형님 댁에 누워계실 때,
안부전화를 자주 못한 것이
지금까지도 불효로 가슴 아프게 남아있다.

그때,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내 안부전화를 기다리고 계셨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고 마음이 깨질 듯 아프다.
왜 안 했는지 후회스럽기 짝이 없다.

안부전화를 운운하는 것을 보니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됐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