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삶?
정해진 삶?
아주 어렸을 땐
그냥 사는 거였다.
시험이 제일 큰 걱정이었다.
조금 컸을 땐
정해진 삶을 사는 듯했다.
내가 가야하는 길,
해야 할 일,
벌수 있는 돈,
읽어야 할 책들,
살 집도,
자식들도,
꿈마저도,
이미 짜 놓은 계획처럼
살면 될 것 같았다.
그냥 세월만 지나가면
다 될 것만 같았다.
더 나이를 먹었을 땐,
장차, 해외여행은 몇 나라를 더 가야하고,
멋진 골프장에서 골프도 하고,
앞으로 돈이 얼마나 더 필요하고,
어디에 얼마나 큰 아파트가 있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수치가 뚜렷해져만 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욕심이었다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처지와 분수를 알기에도
얼마 오래 걸리지 않았다.
능력과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성공한 삶은 아닐지언정
불행과 고난의 삶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앞으로 얼마간 더 이렇게
되는 대로 살아가야 되는지,
정해진(?) 삶으로 살아야하는지
확실치는 않다.
앞으론 과거처럼 살아선
안 되겠다는 느낌은 온다.
뭔가 좀 달라져야겠다는 기분이다.
옛날처럼 되풀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의 삶을 결론짓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직 남은 생애가 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 자세가 필요한지?
“100세 시대”라는데,
보장은 없지만,
계산 가능한 수치로는
아직도 삼십년?
그 생애가
어디로 갈 것인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
증명할 수도,
확신을 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과거보단
나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한다.
아직도 남아있는 삶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해,
나는 노력해야한다.
무엇을 어떻게 노력을 해야 할지
정확히 모르지만.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