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송년의 달

Peter-C 2017. 12. 3. 07:14

송년의 달

까마득하게만 여겨졌었던
2017년 12월이다.

매년 이맘때쯤엔
마음이 괜스레 다급해진다.

겨울다운 추위가 몰려오면서
느긋한 마음을 밀어냈다.

그리고 어김없이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착하고
아름답고
좋은 사람들.

내가 찾기도 하지만,
그가 나를 찾기도 한다.

정해진 모임도 있고,
계획된 행사도 있고,
번개 만남도 있다.
기다려진다.

빚을 갚는 기분이다.
못보고 해를 넘기면 찝찝하다.

1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며
나이가 불어나서 겁이 난다며
감기가 전보다 쉽게 쳐들어온다며,
운동감각이 전과 같지 않다며,
넋두리도 준비해야 한다.

손자, 사위, 며느리 자랑도
들을 채비도 해야 한다.

누가 병원에 입원했다,
누구의 병이 심상치 않다,
어느 분이 저 세상으로 갔다,
어느 분이 상처(喪妻)를 했다,
소문인지 소식도 챙긴다.

좋았던 일보다
힘들었던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있어,
허망하고 허탈하다.
왠지 마음이 좋지가 않다.

낙엽이 떨어지고 밟히는 것처럼
연말은 그렇게 처연(凄然)하다.

연말을 알리는 함박눈이 날리기라도 하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기쁨도 맛볼 텐데.

Christmas Tree를 보는 눈은 즐겁지만
쌀쌀함에 몸을 움츠리며 옷깃을 여민다.

무겁고 두툼한 옷들이
따스함보다는 버겁게 느껴진다.

바람이 왔다가 가는 것처럼
지나간 일들이 한낱 추억이 된다.

잃어버림도 잊음도 있어야
그리움도 생긴다.

차갑고 어두운 긴 밤이
송년을 더디게 잡고 늘어진다.

실상 특별히 하는 일은 없는데,
마음은 조급하다.

슬픔, 두려움, 어두움,
아픔, 서러움, 외로움,
고통, 괴로움, 쓸쓸함이
송년과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