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 겨울에 그리워지는 것

Peter-C 2017. 12. 18. 07:40

이 겨울에 그리워지는 것

겨울은
시린 손발을 녹이는 아랫목보다는
따끈한 붕어빵이 생각난다.

겨울은
따뜻하지만 붐비는 지하철 실내보다는
포근한 내무반 벽난로가 그립다.

겨울은
고급스럽고 기름진 양식(洋食)보다는
보글보글 끓는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

겨울은
감기가 무서워 벌벌 떠는 육신인지라
독감도 무시했던 강건한 체력이 아쉽다.

겨울은
쌀쌀한 날씨처럼 쌀쌀맞은 마음보다
씁쓸히 외로워도 다정한 가슴이어야 한다.

겨울은
연말 모임에 만날 친구들보다
먼저 간 동무들이 그립다.

겨울은
자주 만나는 지인(知人)들보다는
얼굴 보기 힘든 동기(同期)가 보고 싶다.

겨울은
세상 살만 한 친구들보다
어려움을 겪는 전우(戰友)가 아리다.

겨울은
앞으로 살아갈 결심보다
지나간 동심(童心)이 그리워진다.

겨울은
뒤가 깨끗한 비(雨)보다는
뒤가 지저분해도 눈(雪)을 기다린다.

겨울은
오색찬란한 봄의 꽃들보다는
빛 잃은 노거수(老巨樹)가 듬직하다.

겨울은
을씨년스러운 도심 골목길보다는
흰 눈이 쌓인 시골길이 아름답다.

겨울은
초롱초롱한 손자의 눈(目)보다는
쇠잔한 할아버지 헛기침이 그립다.

겨울은
흘러간 유행가보다는
찻잔과 고전음악이 정겹다.

겨울은
낯선 먼 곳으로의 여행보다는
책읽기와 글쓰기가 좋다.

겨울은
화려한 내일을 꿈꾸기보다는
궁색했던 옛 추억을 더듬는다.

겨울은
다가오는 봄의 꽃샘추위보다는
지나간 여름의 무더위가 아쉽다.

겨울은
한 계절이 지나가는 것보다
1 년이 스쳐가는 느낌이다.

겨울에는
지난 세월의 빠름과
새해가 곧 닥쳐옴이
점점 싫어지고,
슬슬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