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
겨울비
Peter-C
2018. 1. 18. 08:12
겨울비
겨울엔 눈이다.
눈 내리는 날이 더 포근하다.
낭만이 있고
사랑이 있다.
하얗고 깨끗하다.
어울리지 않게
난데없이 비가 내린다.
겨울에 비가 내리는 날은
더욱 춥고 우울하다.
을씨년스럽다.
기분이 가라앉는다.
겨울비는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기쁨보다는 슬픔이요, 우울이다.
극복하는 삶보다는
참고 견뎌내는 삶을 가르친다.
들뜨거나 흥분보다는
차분하게 만든다.
행동이나 즐거움보다는
관조(觀照)다.
울타리 밑에 잔설이
내린 비에 힘없이 녹고 있다.
애처롭다.
봄이 벌써 오나 착각을 하지만
아직 이르다.
대한이 내일 모레다.
겨울비는
나무들이 숨을 쉬게 해주고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생기가 돈다.
지저분한 눈들을 녹여버려
깨끗한 모습으로 탈바꿈시킨다.
겨울가뭄 걱정도 덜어준다.
하지만,
무겁고 두꺼운 옷이 젖어
추적거려 불안하고 불편하다.
바깥나들이가 꺼려
방안에 들어 앉아
옛 추억이나 들춰내거나,
군것질하며
흘러간 명작 영화 감상이 제격이다.
먼 곳의 보고 싶었던 친구가
전화나 Message를 보내오면
더 없이 반가운 건
겨울비 덕분이다.
비가 눈으로 바뀌거나
강추위 예보나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