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비
Peter-C
2018. 3. 20. 08:04
봄비
창밖을 내다보니
하늘은 짙은 회색이다.
겨울이 끝났다는 듯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봄비답다.
창문틀에 물방울들이
나란히 줄서서 봄을 알린다.
밤새 몰래 내려와 앉았다.
추워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소리 없이 와야
봄비다.
세상이 놀라지 않게,
아름다움을 슬며시 자랑하듯
봄비는 그렇게 내린다.
봄비는 요란스럽지 않다.
성급하지도 않아서 좋다.
세상을 다독이듯
촉촉이 내리니
온 세상이 반갑다는 듯
축축하게 응답한다.
나뭇가지 끝이
봄비 덕분에 연초록이다.
나무들은 그렇게
얌전히 봄비를 맞이하고 있다.
내 마음이 한결
부드럽고 가볍다.
바람도 없이 고요하다.
시냇물소리가
반갑다는 듯
귓가에 맴돈다.
늘 푸른 소나무가
봄비를 맞아
더 짙은 푸른색을 띠며
생기를 자랑한다.
봄비는 생명수다.
겨울잠을 깨운다.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신비롭다.
나무와 풀들이
연초록으로 바꿔지는 모습이
신기롭다.
봄비가 그렇게 만들었다.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봄을 맞이하고 있다.
봄비 덕분이다.
이런 날은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조용한 음악도 듣고 싶고
서정시도 읽고 싶고
글도 쓰고 싶어진다.
곧 봄꽃이 피기를
나도 그렇게
차분히 기다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