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사랑하는 승이에게(47 엄마의 삶)

Peter-C 2018. 3. 21. 07:04

사랑하는 승이야!

오늘은 이 할아버지의 어머니,

너에게는 曾祖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제사 날이란다.

할아버지 형제들과 함께
용인에 있는 산소로 성묘도 간단다.

할아버지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승이의 엄마도,

장차 승이도
“엄마의 삶”을 살 것이다.

거리나 마트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는
젊은 엄마들을 볼 때마다,

지하철에서
애기를 무겁게 안고 있는
처녀 같은 애기 엄마를 볼 때마다,
이 할아버지는 승이 엄마가 떠오른단다.

승이가 태어난 전과 후의
승이 엄마의 삶은 전혀 다른 삶이리라.

잠자는 거, 밥 먹는 거,
온갖 일상생활이
승이 위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너는 상상도 못할 거야.
아마도 승이가 엄마가 되면
그때서야 알게 되겠지.

승이가 엄마 배속에 있을 때,
갓 태어났을 때,
누워만 있을 때,
뒤집고 기고, 걸었을 때,
이젠 뛰어다니잖아.

그때그때마다 

엄마는 적응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을 거야.

조심하고 신경을 써야 할 일들이
날이 갈수록 없어지지는 않고
쌓여만 갔을 거고.

그때마다 엄마는
힘들고 슬프고 고통스러웠지만
승이가 커가는 모습에
기쁨과 행복과 희망도 커지고,
힘이 솟아났지.

승이의 웃음소리에
엄마의 피로가 달아났을 거야.
엄마의 눈에는
세상이 모두 아름답게 보였을 거야.

승이가 감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차라리 엄마가 아팠으면 했지.
그러니까 너는 늘 웃는 얼굴이어야 해.

승이가
괜한 고집을 피우거나
심한 투정을 하면
엄마는
도대체 승이가 “왜 이러나”
안절부절못하지.

아마도 이 할아버지도 어렸을 적에
너랑 똑 같았을 거야.

이 할아버지가 승이 나이였을 적엔
우리나라는 전쟁 중이였거든.
이 할아버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온 가족이 그 난리 중에
고생이 심했을 테지.

나는 그것도 아랑곳없이
칭얼대고 삐치고 토라지고
각가지로 애를 먹였을 거야?

이 할아버지는 오늘 따라
할아버지의 엄마가
몹시 그립고,
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