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芝蘭之交)
지란지교(芝蘭之交)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용인에서 일산까지
2시간여 지하철을 타고 갔다.
점심 한 끼 먹고자
왕복 4시간, 하루를 다 보냈다.
꼭 만나야 할 이유도 목적도 명분도 없다.
특별히 이야기를 할 것도 없다.
그저 얼굴만 보면 된다.
하긴 특별한 점심이다.
두 시간동안 구은 오리진흙구이다.
유안진 작가님의 글,
“지란지교(芝蘭之交)를 꿈꾸며”가 생각난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지란지교(芝蘭之交) : 지초와 난초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벗 사이의 높고 맑은 사귐을 이르는 말이란다.
친구 간에 우정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를 찾아봤다.
죽마고우(竹馬故友) : 어릴 때 죽마를 타고 놀면서 사귄 친구.
기죽지교(騎竹之交)라고도 한단다.
교칠지교(膠漆之交) : 매우 친절한 사귐을 가리키는 말로,
아교풀로 붙이고
그 위에 옻칠을 한다는 뜻이란다.
수어지교(水魚之交) : 물과 고기의 관계.
금란지계(金蘭之契) : 그 사귐이 쇠보다 굳고 향기는 난초와 같다.
문경지교(刎頸之交) : 상대를 위해 자신의 목이 잘려도 불만이 없다.
간담상조(肝膽相照) : 간과 쓸개처럼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지낸다.
단금지계(斷金之契) : 쇠라도 자를 만큼 두터운 우정이 있다.
내가 참석하는 모임을 따지고 보니
매주 모이는 모임도 있고,
월 1회, 두 달에 한 번,
분기마다, 계절마다, 연말모임 등
모임이 20 개 가까이 된다.
나는 일부러 많은 친구를 사귀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어찌하다보니 그렇다.
거절을 못하는 내 성격도 한 몫을 했으리라.
내가 주선해서 꾸린 모임은
옛날에는 있었는데 요즘은 없다.
또한 나는 의리나 우정을 과시하는 것도 싫어한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소중히 하는 편이다.
어떤 모임은 내가 좌장이고
어떤 모임은 내가 총무역할을 하고
어떤 모임은 그냥 회원이다.
오늘 일산까지 가서
오리진흙구이로 점심을 같이 한 동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인연을 맺어 왔다.
친구보다 “동무”란 말이 더 좋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박혀있다.
허물이 없어 마음이 편해 좋다.
속속들이 이미 모두 다 잘 알고 있으니
숨길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과시할 것도,
알아 달랄 것도 없다.
내 실수나 잘못을
오래 담아두지 않고,
내가 변덕이나 신경질을 부려도
금방 용서하고 이해를 해
편안하다.
좋은 친구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라는 말이 있다.
나는 과연 좋은 친구인가?
부담이 없는 친구,
편안한 동무들이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