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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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이 칠십이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지나온 세월들을 돌아보기도 싫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도 꿈꾸기 싫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
아버지요, 남편이요, 사회인으로 살아 왔지만
내 자신이 진정 잘 살아왔는지 의심스럽다.
부모님들은 모두 돌아가셨고,
자식들은 예전처럼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느낌이다.
모든 게 달라졌다.
마음속이 텅 빈 것 같다.
앞으로 제대로 잘 살아 가야겠다는
생각과 마음이지만
실천은 왠지 모르게 막막하다.
종교생활도, 사회봉사활동도,
의미가 있는 일도
생각은 많지만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기엔
의지도, 용기도, 능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허한 내 마음을 채우고 싶지만
오히려 허전함만이 되돌아온다.
예전에 해보지 않았던 고민이다.
예전엔 미리 짜져 있는
계획대로 살아왔던 느낌이다.
뭘 할까보다는
해야 한다며
정신없이 살기 바빴다.
이제 뭔가 허전하니
채우고 싶은 것이다.
무엇을 해야
진짜 값어치 있는 삶이 될 것인지.
내가 뭘 원하고 있는지.
남들은
악기를, 그림을, 붓글씨를,
외국어를 배운다며 열심히 살고들 있다.
나는 독서에 글쓰기를 한다고 주장한다.
솔직히 실천보다는 생각과 마음뿐이다.
읽을 책도, 읽어야 할 책들이 너무 많고
알아야 할 것, 배울 것도 많다.
이용할 도서관도 많다.
사실,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빠질 때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다.
독서는
인격 수양이고,
마음을 닦는 일이요,
생각을 다듬는 길이다.
책속으로 몰두할 때,
나의 세계가 있고,
나의 내면에 충만한 시간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까,
가치가 있는 삶을 살고자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책속에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