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큰어머니

Peter-C 2019. 5. 30. 07:22

큰어머니

어제 큰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103세시다.
요양원에 오래 계셨다.

아버지 형제는 4남2여 6남매시다.
아버지는 둘째 아들이셨다.
큰고모님이 제일 위시고
작은고모님이 막내시다.

이제 아버지 형제들 중에
막내 작은 고모님만 살아계신다.

아버지 세대는 일제(日帝)를 거쳐,
6.25도 겪으신 험난한 세월을 보내셨다.

나라 잃은 삶과 전쟁의 고통을
나는 추측만 할 뿐이다.
불안, 공포, 배고픔일 것이다.

생전에 아버님은 오죽하면
당신 소싯적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으셨다.
아름다운 추억은커녕
생각조차 하기 싫으신 것이다.

큰어머니는 육형제의 맏며느리셨다.
물론 살림이 넉넉지 못했다.

명절 차례나 자주 있는 제사 등은
모두 큰집 몫이다.

둘째이신 우리 아버지의 도움이 컸단다.
할머니가 쇠약해지시면
어머니는 할머니를 우리 집으로 모셔온다.
할머니께서 몸을 추스르면
이내 큰아들 걱정으로 안절부절 못하시다가
결국 큰집으로 가신다.

아버님은 구청장으로부터
“효자상(孝子賞)”까지 받으신 분이다.

어머니는 아버지 앞에서는 못하시고
뒤돌아서서는 늘 불평이셨다.

큰어머니의 고생도
미루어 짐작이 충분하다.

큰집 사촌들도 4남2여 6형제들이다.
그들의 효심 덕분에
큰어머니께서 백세를 누리셨다.

큰어머니의 손자손녀들도
할머니 세대처럼 고생보다는
부모들의 노력 덕택에 잘들 컸다.
이제 사회적으로 한 몫들을 하고 있으니
큰어머니께서는 안심하고 눈을 감으셨을 것이다.

사촌 누님들도 매형들도
이젠 완전 노인들이다.
반면 조카들은 몰라보게 훌쩍 커서
사회인이요, 가장(家長)이며, 학부형이다.
어렸을 적 기억이 생생한데
사뭇 의젓하다.

큰어머니께서 자손들이 제법 한 몫을 하니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

자손들의 고통과 아픔을
당신 것으로 모두 끌어안고 가셨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