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기운

Peter-C 2020. 4. 20. 07:44

봄기운

봄이
더디게 왔나,
빠르게 왔나?

여유롭게 기다렸나,
다급하게 재촉했나?

내 마음이 그랬을 뿐
봄은 제 마음대로
왔다 간다.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니
엊그제와는 완연히 다른 빛이다.

봄 가뭄이 있다고 걱정을 했더니만
돌풍과 함께 비가 촉촉이 내렸다.

비실비실 힘겨워하던 새싹이
듬뿍 힘을 얻었나보다.

비 덕분에 산천초목이
한결 더 파릇파릇해졌다.
아니 금방 무성해졌다.

연초록이 눈에 띄게 짙어졌다.
세상 색깔을 바꿔 놨다.

그동안 눈을 다른 곳에 둔
미안함 없지 않다.
쓸데없이 한눈을 팔았었다.
이젠 제대로 봐야겠다.

연초록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Energy다.
자연의 힘을 믿게 만든다.

작년에 보았던 연초록은
벌써 가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새로운 기운이다.

지금 보고 있는 연초록이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힘차고 아름답다.

나이를 들어서 그런지
새봄의 느낌도 매번 다르다.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더해간다.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지난 겨울동안의 추위는 물론
얼어붙었던 지저분한 것들을
싹 다 감췄다.

잘못된 것들,
보기 싫은 것들,
부끄러웠던 것들을
연초록색이 모두
덮어버렸다.

평소에 잘 보지 못했던
봄나물이 입맛을 돋우었다.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이란다.

봄나물 비빔밥으로
봄기운을 낚아챈다.

봄을 확연히 알리려는 듯
봄비 빗줄기가 더욱 힘차다.

이제는
봄의 힘이다.
봄의 희망이다.
봄의 열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