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가 오는 날
Peter-C
2020. 7. 1. 07:17
비가 오는 날
밤사이 기척도 없이
비가 내렸다.
나무 위에도,
잔디 위에도,
건물 위에도
구분 없이 내려와
더운 날씨를 적셨다.
지금은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손바닥을 창밖으로 내밀어야 알 수 있다.
비에 젖은 날은
찻잔을 앞에 두고
음악을 듣는
멋을 부린다.
엉뚱한 일탈도 꿈꾼다.
걷기 등 동적 활동은 못하는 대신
책읽기, 음악이나 영화 감상 등
정적 활동을 하게 된다.
하늘은 짙은 회색빛이요
대지의 나무숲은 짙은 푸른색이다.
적당히 우울하고
적당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어느 시인은
비가 오는 날은
눈물 없이 우는 날이란다.
생뚱맞게도
삶이 은근히 시시해진다.
시끄럽게 요란하게 내리는
장맛비는 젊은 비다.
급한 소식을 전하려는 듯
마구 쏟아진다.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퍼붓는다.
조용하게 살며시 내리는
가랑비는 늙은 비다.
싱겁고 구차스럽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가 생각난다.
궁상맞다.
뜬금없이 아버지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메마른 마음을 적신다.
장대비는 성난 하늘이 두렵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추억을 부른다.
그리움과 외로움이 넘나든다.
까닭 없이 쓸쓸해진다.
시원하게 오는 비가 반갑다.
오는 등 마는 등 오는 비는
허전함이 더하다.
창틀에 맺힌 빗방울이
언제부터 와있는지
낯설지가 않다.
짜증과 싫증이
빗물에 씻겨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
착잡한 이 마음을
쏟아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