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이 내렸다

Peter-C 2021. 2. 5. 07:11

눈이 내렸다

 

창밖 세상이 그림이다.

밤사이 눈이 내렸다.

 

커피 잔을 들고

창 너머를 본다.

 

산책길도, 꽃밭도

모두 눈밭이다.

 

햇빛은 맑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청량하다.

 

방안이 따뜻하니

바깥도 따뜻해 보인다.

 

가느다랗게 길게 뻗은 소나무 위에

눈들이 얌전히 앉아 있다.

햇빛을 만나 더욱 빛난다.

 

잎사귀들을 몽땅 잊은 시커먼 나무들은

소나무와는 달리 듬성듬성 눈을 이고 있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다.

 

신 달자 시인의 글 일부다.

 

“한 나무가 계절마다

  얼마나 엄청난

  의무와 책임을 치러 내는지

  바라보면 경건해진다.

 

  지나가는 바람에게서,

  흐르는 구름에게서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무한정으로 바쁘게

  자기 일에 매진하는 하늘이며,

  그 중간을 나르는 새떼들을 보면서

 

  아, 나는 무상으로

  너무나 큰 선물을 받으며

  살고 있음에 무릎을 꿇는다.”

 

겨울은 추위를 견뎌내는

고통의 계절이다.

 

추위는 옷깃을 여미는 겸손을 가르치고,

언 땅은 생명의 가치를 깨우쳐 주며,

찬바람에서 고통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운다.

 

이 겨울을 이겨내면

새 생명의 축복이 있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눈 때문에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