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눈(春雪)

Peter-C 2022. 3. 20. 06:50

봄눈(春雪)

 

이 봄날에

한겨울 함박눈처럼

눈이 쏟아지고 있다.

 

기쁨의 축복인가,

신비의 환희인가.

 

땅바닥에 도착하자마자

방금 내리던 기세는 사라졌다.

 

창가에 물방울은

아랑곳하지 않는 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다.

 

광란의 잔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금방 녹아 사라질걸

왜 왔는가.

 

시골에 사는 부모님을 뵈러

서울에 사는 아들네가 밤늦게 왔다.

 

밥을 먹는둥 마는둥,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룻밤 자고는

꼭두새벽부터 서울로 간단다.

 

모친께서 금방 갈걸

고생스럽게 뭣 하러 내려왔냐고

구시렁거리신다.

 

봄눈이 그렇다.

 

아쉬움을 남기듯,

서운함을 뿌렸다.

 

금방 사라질걸

왜 왔나.

 

그래도,

안 온 것보다

왔으니 반갑다.

 

안 그래도

지난겨울엔

눈이 적었었다.

 

봄이 너무 일찍 왔다고

시샘하는 걸까.

 

아직 내가 있다,

나를 잊지 말라는

몽니인가.

 

분명한 건,

부모와 자식,

인간과 자연의

따뜻한 사랑과 신뢰는

섭리요,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