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이는 쌓이고

Peter-C 2022. 5. 30. 07:20

나이는 쌓이고

 

나이를 먹는다고 한다.

내 평생 꾸준히 한 일은

오직 나이를 먹는 일뿐이다.

 

10대 때는 철이 없어 몰랐다.

20대 때는 마냥 스무 살일 것 같았다.

3~40 때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고,

5~60 때는 도둑맞은 기분이다.

 

순식간에 나이를 많이도 먹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이가 생소하게 느껴지며

깜짝 놀랐다.

허겁지겁 먹었나 보다.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지경이다.

 

이제부터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살려 하니

몸과 마음이 따라주질 않는다.

 

나이를 먹는 일을

곰곰이 생각하고 따질 일이다.

 

왜 나이를 먹는다고 할까?

제대로 먹었나?

잘못 먹은 건 아닌지?

먹은 값을 하라며

나이 값하라는 뜻인가.

 

정신없이 먹기만 했다.

나이는 더하기만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먹는다.

나이를 헛먹은 건 아닌지?

 

늙어갈 순 있어도

젊어질 순 없다.

 

건널목에서 신호등에 맞춰

급히 건너다보면 숨이 차다.

신호등에 맞춰 천천히 걷는다.

나를 쳐다보는 눈도 있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걸 두려워한다.

늙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얼굴도, 심장도, 혈관도,

근력도, 기력도, 체력도,

늙어만 간다.

 

약을 이것저것 먹는 것도

궁상맞지만 어쩔 수 없다.

 

나이를 먹으면서

감정도 신경도 둔해진다는데,

분노, 좌절, 질투 등에 무뎌져

오히려 평온해지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