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아버님 기일에

Peter-C 2022. 6. 27. 06:31

아버님 기일에

 

언제부터인가 기일에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산소에 간다.

 

제사상 차리기도,

가족들이 모이기도 힘들어서다.

 

그러다 보니 성묘 날짜를

기일 근처의 주말에 택하게 된다.

 

명절과 기일, 그러니까

일 년에 4, 5번 산소에 간다.

 

아주 어렸을 땐, 일산 할아버지 산소에

추석날에 다녀왔었다.

걷고 기차 타고 또 걷고 해서

하루를 다 보냈다.

 

요즘 아버님 산소는 자가용으로 간다.

젊었을 때는 주차장에서 산소까지

거뜬했었는데, 지금은 부담이 슬슬 온다.

 

산소에 올라가면 전망이 좋아

명당이라고 자랑을 했었는데,

요즘은 왜 그리 높은 곳에 했느냐며

볼멘소리다.

 

오늘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용인공원묘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뻐꾸기 울음소리가 청아하다.

비 온 뒤라 공기도 맑다.

날은 흐렸지만 상쾌한 아침이다.

 

언덕을 오르다 보니

부모님께서 날 키울 때

이보다 더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문득 죄송스러운 생각이 든다.

 

15분 정도 오르막길이다.

부모님 살아생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고생만 하시다간 세대이시다.

일제 치하와 6.25 한국전쟁,

4.19, 5.16을 겪으셨다.

 

잘살아보려 무진 애를 쓰셨다.

부모님 세대의 고난과 고통에 비하면

우리의 세대는 행복에 겨운 세월이다.

 

살아계실 때 잘 했어야지,

성묘하면서 후회한 들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늘에서 편안히 계신지?

아직도 자식 걱정만 하고 계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