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산책길에서

Peter-C 2022. 9. 17. 07:50

산책길에서

 

오후 늦게 5시에 집을 나선다.

아파트 뒷동산, 정확하게는 옆 동산을 넘어

신대호수 둑길로 연을 날리러 간다.

 

연날리기가 벌써 며칠째 허탕이다.

바람이 없거나,

북풍이기 때문이다.

 

남풍이어야 연이

호수 위 하늘을 맘껏 날수 있다.

 

연날리기를 할 수 없을 땐

호숫가 산책길을 걷는다.

 

멀리 아파트가 호수위로 가까이 와 있다.

하늘의 구름도 호수로 내려 와 앉아있다.

 

가끔 오리가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조용함을 깨트려는 듯 작은 물결이 인다.

 

발아래 밟히는 낙엽들이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일부 산책객들의 옷차림은

아직도 여름이다.

 

대부분의 산책객들은

힘찬 걸음으로 나를 추월하며

바삐 지나간다.

 

풍경이 아름답지 않느냐며

감상 좀 하고 가시라고

말을 걸고 싶어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만나는

전동 Wheelchair 아저씨에게

오늘은 바람이 없네요.”하며

인사를 건넨다.

 

걸음걸이가 이상한, 하지만

힘겹게 걷기를 하는 사람도 만난다.

 

저런 사람도 열심히 사는데,

멀쩡한 나는?

나를 분발케 한다.

 

개중에 다정한 부부, 연인들의 모습은

나에게 활기를 부추긴다.

 

수심(水心)

수심(愁心)이 되어

머릿속이 어지럽다.

 

집에 돌아가

맛있게 저녁을 먹고

글쓰기를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며

애써 잡념을 지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