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추위 견뎌내기

Peter-C 2023. 1. 6. 07:23

추위 견뎌내기

 

온 세상이 추위에 떨고 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은

옷을 벗은 듯 앙상한 가지가

벌벌 떨고 있어 애처롭다.

 

추운 골방에서 글을 읽던 선비가

이놈의 추위! 내년 오뉴월에 보자고 했단다.

 

이런 추운 겨울을 얼마나 많이 보냈나.

처음으로 겪는 추위가 아니잖아?

 

옛날에는 더 추웠었던 같다.

 

19681, 기초 군사훈련 때,

얼마나 춥고 배고팠었나?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배가 고팠었고,

연병장에 부는 칼바람에 떨었었다.

 

1972년 겨울, 소대장 시절,

전방의 독신 장교 숙소, BOQ

(bachelor officers' quarters)

어찌 그리도 추웠었는지.

 

방안에 놓아둔 주전자 물이 다 얼었었다.

지금도 겨울에 잠잘 때 털모자를 쓰고 잔다.

 

이제야 깨달은 듯,

생각만 해도 힘들었었다.

 

겨울 추위는

옛날 일을 끄집어낸다.

 

옛날 생각만하면 쑥스럽다.

자랑스러운 일,

칭찬 받을 일들이 별로 없다.

 

추운 겨울은 움직임이 적고,

달달한 군것질을 하며

옛날 생각에 빠지기 쉽다.

 

생각만 해도 힘이 드니까

나이 든 지금이 더 좋다.

 

지나 온 삶이 고맙기는 하다.

이 추위를 견뎌내면

꽃피는 봄이 오겠지.

 

추운 지방은 철학이 발달하고

더운 지방은 음악이 발달한단다.

 

잡생각이 많은

추운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