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외사촌 형
Peter-C
2023. 3. 20. 07:14
외사촌 형
외갓집을 떠올리면
편안함, 그리움, 사랑 등과 함께
소설이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학창시절에 방학은
으레 외갓집에서 보냈다.
외갓집에서는 웬만한 실수는
외손자라는 이름으로 용납되었다.
외갓집에서는
공부해라, 씻어라 등
잔소리보다는
똘똘하다, 잘 생겼다 등
칭찬 일색이었다.
집에서는 삼계탕을 끓이면
고기 몇 점과 국물인데
외갓집에서는 한 마리 통째로
내 몫이다.
배터지도록 먹는다.
부모님께서는 외갓집에서
못된 버릇을 배운다고 우려하셨다.
내게는 외사촌 형이 한 분 계시는데
외동아들로 3대 독자다.
외삼촌도 독자로
이모님과 어머님, 1남2여다.
형에겐 친사촌은 없고 고종사촌뿐이다.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우리 집에서 우리 형제들과 함께 지냈다.
그러니 친형제와 다름없다.
이제 팔순을 훌쩍 넘었다.
어제 형님께서 고종사촌들을
미사리 한강변의 한 고급 음식점으로
조카들까지 불러 모았다.
20명이 넘는 대식구였다.
연세가 있어 거동이 불편하고
예전처럼 말씀도 많지 않았지만,
연신 만족스러운 듯 흐뭇해 하셨다.
형님의 대학노트에는
만년필로 꾹꾹 눌러 쓴
한자가 섞인 글씨는 명필이었다.
멋있고 부러웠었다.
젊었을 적에 고개를 약간 옆으로 해서
씩씩하고 당당하게 걷던 모습과
경기도 도의원 시절의 기개(氣槪)는
어디로 갔는지?
오랜만에 다 큰 조카들을 보니
무척 든든하고 반가웠다.
형수님의 나를 부르는 “서방님!” 소리에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
듣고 또 듣고 자꾸만 듣고 싶다.
형님! 형수님!
건강, 건강하셔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