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할머니 노점상

Peter-C 2023. 8. 20. 06:55

할머니 노점상

 

크지도 않은 나무 아래에서

힘겹게 보이는 늙으신 할머니께서

서너 가지 물건을 팔고 계셨다.

 

8월 하순인데도 날씨마저

후덥지근하고 무더워

움직이기가 몹시 거북스럽고

쉽게 짜증도 난다.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작은 Plastic 병에 담긴 깎은 콩,

비닐에 쌓인 호박 등이

눈에 보였다.

 

지갑에는 비상금이랍시고

달랑 오만 권 한 장이다.

잘 기억하고 있다.

 

Card도 안 될 것이고,

순간 거스름돈도 스쳐지나간다.

머뭇머뭇하다가 지나쳤다.

 

팔아 주었어야했는데,

뒤통수가 근질거린다.

 

할머니를 기다리는 식구도 있을 텐데,

혹시 병고로 누워계신 할아버지?

이혼한 딸자식이 맡기고 간 손자?

별별 생각이 순간적으로 지나간다.

 

이 무더위에 얼마나 애가 타실까.

안쓰럽기 그지없다.

 

가슴이 한참이나 저려온다.

가득이나 무더운데

발걸음마저 무겁다.

 

할머니의

쪼글쪼글한 얼굴과

쭈글쭈글한 손등이

자꾸만 앞을 가린다.

 

오늘따라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잘도 찾았다.

 

난 참으로

차가운 사람이 되었다.

 

노점상 할머니 앞으로 지나가는

어느 마음씨고운 사람이 나타나

그 물건들을 몽땅 사 가시기를 빈다.

 

앞으론

오만 원 권 한 장보다는

만 원권 다섯 장을

지니고 다녀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