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언젠가는
Peter-C
2023. 9. 5. 07:05
언젠가는
손윗동서가 위독하다는 소식이다.
경북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시고
ROTC 1기로 임관, 월남전에도 참전했고,
독일 무관도 하셨다.
꼼꼼하고 성실하신분이다.
뇌수술, 위 절제수술 등
숱한 위험을 극복하셨다.
당뇨가 있어
먹는 거, 마시는 거
신경을 많이 쓰시며 생활하셨다.
치밀한 계획,
철저한 실천의 삶이셨다.
늘 점잖고 겸손하시어
주위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으셨다.
말씀은 언제 들어도 차분하셨다.
직업군인으로 젊음을 보내셨지만
학자풍으로 배울 점이 많으신 분이다.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모습과 함께
卍海 한용운 선생님의
“언젠가는”라는 詩가 생각난다.
언젠가는
걷지도 먹지도 못할 때가 온다?
끔직스러운 경고다.
말을 못하고,
듣지도 못해,
천정만 바라보며
의식을 잃고 계시다?
세상 끝자락에 서 계시다.
내게도 분명,
가고 싶은 곳도 못 가고,
보고 싶은 것도 못 보고,
듣고 싶은 말도 못 듣고,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웃고 싶어도 못 웃을 때가
올 것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연습도 없는
한 번뿐인 삶
떠날 때는
미련 없이,
소리 없이,
그냥 훌쩍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