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김장을 담그는 날

Peter-C 2023. 11. 19. 07:18

김장을 담그는 날

 

사다가 먹자고 해도

집에서 담가 먹잔다.

 

집에서 김장을 담가 먹으면

먹기야 좋지만

어지간히 힘든 일이 아니다.

보통 일이 아니다.

 

나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다.

도우미요,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

 

옛날에 어머니께서 김장을 하는 날은

동네잔치처럼 시끌벅적했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총동원됐었다.

 

한 겨울엔 우리 집 김치가 제일 맛있다며

아버지 친구 분들 칭송이 대단했었다.

 

오늘 김장은 오리역의 하나로 마트에서

예약한 절인배추를 찾아오는 일부터 시작이다.

 

김장용 무는 묵직해서

다듬고 씻는 일는 내 몫이다.

채 써는 일도,

깍두기 서는 일도 내 몫이다.

 

배추를 옮기는 일,

그릇을 닦는 일,

, 마늘, 양파 등을

다듬고 씻는 일,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해 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잠시도 쉴 틈 없이 잔심부름이다.

 

김장을 담그는 일에

지식이나 정보나 아는 바 없으니

이것 달라 저것 달라

눈치를 살피는 보조다.

 

짠지 싱거운지

맛보기도 어설프다.

 

자정이 다 되어 김장 일이 마무리되어

덤으로 생긴 겉절이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을 하니

피로가 풀리면서 행복감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