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C 2024. 11. 28. 08:32

첫눈

 

첫눈치고 많이 온다.

나뭇가지가 눈을 무거워한다.

눈 밟는 소리도 듣고 싶다.

 

내 마음과는 달리

가을을 얼른 보내고

겨울이 얼른 오라는 듯하다.

 

회색빛 세상이다.

조용히 내리고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떨어지기 싫어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있는 잎들 위로

가볍게 내려앉고 있다.

 

세상이 시끄럽다하여

조용히 잠자코 기다리라는 듯

귓속말을 하면서 내린다.

 

지저분한 세상을

깨끗함을 보여주려는 듯

가만히 조심스럽게 내린다.

 

널브러져 있었던 낙엽들은

부끄러움을 아는 듯

백색 세상 속으로 숨었다.

 

나무들은 흰 꽃나무가 되었다.

붉은 색이었던 잎도,

노랗던 나뭇잎도,

눈을 덮어쓰고 있다.

 

멀리 보이던 건물도

회색빛 눈 속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온 세상이 눈으로 가리어졌다.

 

세상의 모든 추악한 것들이

눈 속으로 사라져

영영 다시는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