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사라진 1년

Peter-C 2017. 12. 1. 07:28

사라진 1년

대통령 탄핵으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던 때가
작년 이맘때였다.

아직도 앙금이 가시지 않은 상태지만
1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람도 불었을 테고,
꽃도 피었었건만,

뙤약볕 아래 무더위도 지났을 테고,
소나기도 요란스럽게 내렸을 건데,

울긋불긋 단풍도 아름다웠을 테고,
높고 푸른 하늘에 구름들이 그림도 그렸을 텐데,

1년 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난 아무런 기억이 없고,
흔적도 없다.

봄, 여름, 가을이 있었는가?
금년 봄은 어땠는가?
여름은 더웠었나?
가을 단풍놀이는 갔었나?

어느새 지금은 추운 날씨,
12월이다.
그동안 난 뭘 했나?

1년을 감쪽같이 도둑을 맞았다.
도대체 어떻게 지나쳤나.
속수무책으로 당한 기분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다.
이렇게 실감을 하니 허망뿐이다.

아무리 세월이 빠르다고는 하나
이렇게 빠를 수가 있는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하여
유수(流水)같다고 했다.
견디기 힘든 안타까움이다.

세월이 빠른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나에게만 유독 빠른가?

열심히 살았나,
생각 없이 살았나?

세상은 바뀌었다고는 하나,
내겐 달라진 것도,
변화된 느낌도 전혀 없다.

발전이라는 게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1년이 결국 헛된 삶이었나?
허탈하다.

쓸모없는 노년의 삶인가?
쓸모가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쓸모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오히려 쓸모없는 삶을 살고 있고,
쓸모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진정 훌륭한 사람일 수도 있단다.

단지 삶을 경험하는 게
삶의 목적이 아닌가.

살아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목적이요, 의미가 아니겠는가.

쓸모가 있고, 없고는
생각하는 각도,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달라질 수가 있다는 것이
내겐 큰 위안이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앞에
쓸데없는 넋두리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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