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맛비

Peter-C 2017. 7. 3. 06:50

장맛비

날이 잔뜩 흐렸다.
조금 전에는 푸른 하늘이
듬성듬성 보였었다.

날이 갤 것만 같았었다.
변덕스럽다.
내 마음처럼 알 수가 없다.

요란했던 풀벌레와 새소리가 궁금하다.
은밀하게 빗소리를 지키고 있나.

나뭇가지들도
곧 있을 비바람을 기다리는 듯
고요하다.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소나기가 퍼붓는다.

열어놨던 창문을 얼른 닫는다.

하늘이 노(怒)했나 우르릉거린다.
인간세상의 잘못을 꾸짖는 듯하다.
“네 죄는 네가 알렸다.”고
이내 큰 소리를 친다.

잠시 비가 멈췄다.
창문을 여니 바람이 신선하다.
늘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빗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멈췄다.

이 비속에 개미와 나비는
어떻게 하고 지낼까.
비를 어찌 피할까.

시원한 빗줄기를 보니
밖에 나가 얼굴을 하늘로 향해 서서
시원하게 비를 맞고 싶다.

비는
물이 되어
냇물이 되고
강물과 바다로 흘러간다.

비는
세상을 청소하고
생활을 정화시켜
삶을 깨끗하게 만든다.

비가 내리면,
쓸데없는 생각의 때도,
마음에 묻은 때도,
모두 다
비와 함께 씻겨간다.

마음도 밝게,
생각도 깨끗하게,
피도 맑게 해준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내려도,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도,
오다 그치다 반복해도 지루하다고,
걱정이다.

걱정을 덜게
밤에 몰래 오는 것보다
한낮에 시원스럽게
쫙쫙 내리는 게 좋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
장마철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무더위로 지칠 대로 지치고
가뭄으로 산야(山野)가 타들어가는 이쯤에
때맞추어 보란 듯이
시원스럽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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