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눈이 오네요.

Peter-C 2017. 11. 24. 07:32



눈이 오네요.

하늘이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가더니만
눈발이 날린다.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다.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강아지도 어린애들도
좋아하는 눈이다.

왜 좋아할까.
세상모습이 바뀌니까.
더럽고 추한 것들이 사라지니까.

눈이 오는 날은
마음까지 포근하다.

사랑스럽다.
아름답다.
곱다.

그리워진다.
그립다.
너그러워진다.

詩라도 금방 떠오를 것만 같다.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들어야겠다.
사랑이 넘친다.
행복한 기분이다.

옛 추억들이 아련하다.
낭만(浪漫 romance)에 빠진다.
그래야만 될 것 같다.

잔디밭 가운데 있는 의자에
내 마음을 달래려는 듯
눈이 쌓여간다.

나무들은 아직도 나뭇잎들을 지니고 있다.
땅바닥엔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하다.
먼데 빌딩들이 보이지 않는다.

눈이 쌓였으면 좋겠다.
온 대지를 덮어버려라.
구차스러운 모습이 감춰지도록.

눈이 많이 오려나보다.
처음보다 더욱 거세게 내린다.
아직은 땅바닥이 보인다.

하늘은 이제 완전히 회색빛이다.
눈발이 바람결에 춤을 춘다.

겨울은 역시 눈이다.
눈이 와야 겨울이다.

오다가 말면
아쉽다.
감질만 남는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보란 듯이
눈이

얌전히 쌓여있다.

Soprano 조수미의 “님이 오시는지”가
내 마음 속 깊이 찾아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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