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칠십이면
어느 글쟁이는
일 년을 마무리할 쯤, 연말에
영정사진을 고르고,
유언을 쓰고,
아들딸들을 불러 모아
그것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며
마지막으로 자기에게 입혀 줄 옷이
있는 곳을 최대한 밝게 일러준단다.
물같이 흐른 세월이라 하지만
어느새 칠십인가.
50, 60은 그냥 건너 뛴 것이다.
바람처럼 휙 지나갔다.
벌써 저무는 해란다.
해 놓은 것 없고,
이룩한 것 하나 없다.
겉모습은 낙엽처럼 우그러지고
오장육부도 온전할 리 없다.
세상사 아직도 모르는 것 천지다.
좋은 경험도 유별나게 기억나는 게 없다.
뭐하고 살아왔나싶다.
그냥 늙기만 한 것인가.
세상사 모질어도,
인생사 거칠어도
누구를 탓하랴.
울고 싶을 때가 있었고
울어야 할 때도 있었다.
고난이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늘 웃음만 있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하루에도 걱정거리가 한 둘이 아닌데,
한 평생 사는 동안에는 오죽하랴.
청춘은 꿈처럼 지나갔고
황혼은 어느 새 다가왔다.
인생은
반복도 없고,
연습도 없으니
아쉬움만 쌓인다.
후회스러운 일들뿐이다.
쉽게 섭섭해 하고,
마음에 안 드는 일도 많다.
못마땅한 일은
그러려니 하면 그만이다.
몸도 마음도,
근육도,
약해진 게 분명하다.
늙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외면을 당하지 않고
무시를 당하지 않으면
성공한 삶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