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나무

Peter-C 2020. 12. 2. 07:31

가을나무

 

창밖에 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다.

내가 그들을 보고 있는 건지,

그들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창문은 닫기도 하지만 열기도 한다.

닫으면 바깥과 안의 경계지만,

열면 하나가 된다.

바깥의 자연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가까이는 정원의 나무들,

멀리는 아파트, 상가, 큰 건물들이 보인다.

 

나의 눈길이 멈추는 곳은

아파트 정원의 나무들이다.

 

어느 작가는

“모든 나무는 지구라는 둥근 과녁을 향해

날아 든 신의 화살이다.”라 했단다.

 

잎이 다 떨어져나간 겨울나무보다

몇몇 나뭇잎이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가을나무가 더 안쓰럽다.

 

자랑하듯 길게 뻗은 줄기와

머리에는 푸름을 이고 있는 소나무,

나는 괜찮다는 듯 뽐내고 있다.

 

곧 매서운 추위가 닥칠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차라리 눈 내리는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가끔씩 날아드는 까치들이

그나마 위안이 될 성싶다.

 

Hermann Hesse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글이란다.

 

“나무와 이야기를 나눌 줄 알고,

나무에 귀 기울이며 들을 줄 아는 사람은

진실을 알게 된다.

 

나무들은 무슨 교훈이나 처방 따위로

설교하지 않는다.

 

개별적인 일에는 무심하면서도

삶의 근원적인 법칙을 알려준다.

 

(.......)

 

나무들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이제는 나무가 되려고

갈망하지 않는다.

 

자신이 지금 처한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 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고향이다.

그것이 행복이다.”

 

석가모니는 나무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단다.

 

나무를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내가 좀 더 슬기로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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