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의 상념(想念)
가을의 노래가 친근하게 들려온다.
단풍 그림도 여느 때보다 살갑다.
하늘도 아주 가까이 있다.
가을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지금 느낌이 아니라
그 옛날에 느꼈던 느낌이 그립고,
애잔하다.
내게 오는 가을 그림은
이발소 단풍 그림을 연상케 하지만
새로운 느낌이다.
색이 더 진하고 아름답다.
그림인지 사진인지 분간이 어렵다.
가을 노래를 들으며,
가을 그림을 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적당히 쓸쓸해진다.
그렇게 싫지는 않다.
가을의 노래 가사는
모두가 詩다.
가을의 詩를 감상하면
새로운 경험처럼
한 줄 한 줄 가슴에 와 박힌다.
가을엔 그리움이 많다.
이 가을엔 더욱 그렇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립다.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몹시 보고 싶다.
옛날 동무들도 궁금하다.
건강히 잘 지내고 있겠지.
잊을 수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어렸을 적 일들,
즐거웠고 기뻤던 일들이,
실수했던 일들마저
애틋하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
겨울이 불쑥 다가와
가을이 사라졌나 다급해졌다.
나뭇가지 끝에 홀로 남은 단풍잎도,
땅바닥의 뒹구는 낙엽도
쓸쓸하다.
이유 없이 우울해지고
의기소침해지는
가을 앓이다.
내 삶의 가을도 아름다운 단풍처럼
곱게 물들어 가길 은근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