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듬성듬성 잎사귀가 매달린
나뭇가지 사이로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차갑게 느껴진다.
길바닥에 뒹굴고 있는
쓸쓸한 낙엽 위로
가을비가 촉촉하다.
외롭게 보인다.
가을비에 젖은 낙엽들이
나무 계단 위에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다.
괴로운 표정이다.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디기 힘드니
도와달란다.
슬픔도 아픔도
모두 다 부질없는 일이다.
욕심도 소망도
한낮 꿈이었다.
시끄러운 세상이
싫증에 불을 질렀다.
외면할 수 없으니 고통이다.
헛되고 헛되니
이 가을에
시름만 깊어간다.
자동차가 획하고 지나가니
견디기 어려운 듯 몸부림친다.
무시를 당하는 기분이다.
기세등등했던 시절이
바로 엊그제인데
그게 한 때였나.
따뜻한 마음으로
다정스럽게
봐달라는 듯하다.
그래도,
그래도,
옹졸함보다
너그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