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뭄

Peter-C 2017. 6. 20. 07:19

가뭄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있다.
마음도 땅처럼 타들어간다.

몇 일전에 다녀 온
그 깊은 감악산 비룡폭포에도 물이 없었다.

개울에도 물이 말라
물고기들도 힘겹게 살고 있을 것이다.

나뭇잎들이 말라 가고 있어
가여워보인다.

제일 큰 걱정이 농사일이다.
논에 물이 한참을 들어가야 할 때란다.

농부들은 하늘과 땅을 번갈아보면
한숨만 짓는다고 한다.

사람들이 날카로워진다.
너그러울 여유가 없다.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던 일로 각을 세운다.
날씨까지 무덥다.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세상이 각박해진 느낌이다.

칭찬보다는 결점만을 들춰내려한다.
민심이 흉흉해진다는 표현도 한다.

나라가 평온하지 못하고
계속 시끄럽기만 하니
더 더욱 그렇다.

옛날에 같으면
나라님은 덕(德)이 부족해서
하늘이 노했다고 탄식을 하며
손수 정성들여 기우제(祈雨祭)를 지냈을 것이다.

천심(天心)을 달래기 위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중자애(自重自愛)하여,
겸손하게 비를 기다려야한다.

도시의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나는
가뭄의 심각성을 모른다.

수도꼭지만 틀면
시원스럽게 물이 나온다.
화장실도 목욕실도
가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인다.

물이 얼마큼 귀한지 모른다.
흔한 것이 물이다.

물은 생명수다.

물의 고마움을
가뭄 때문에 비로소 깨닫는다.
평소에 물 없이 못 산다는 것을
잘 모른다.
실감하지 못한다.

고마움을 모르고
당연한 것처럼 여기며 산다면,
염치가 없는 노릇이다.

내가 이처럼 잘 지내고 있는 것은
알게 모르게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고,
나도 모르게 나에게 이로움을 주고 있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누구 덕분인줄 모른다.
무엇 덕택인줄 모른다.

그저 나 잘난 줄만 안다.


내가 이처럼 고마움을 모르고 지내는 일이
허다하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자연 앞에 인간은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가뭄 덕분에 겸손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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