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 채비

Peter-C 2017. 9. 23. 06:40

가을 채비

문을 여니 바람이 제법 차갑다.
며칠 전만해도 문이란 문을
활짝 다 열어 놓고 지냈다.

선풍기바람도
냉방기바람도 싫어하니
그렇게 지냈었다.

더위가 정말 지겨웠다.
더위에게 기력(氣力)을 다 빼앗겼다.
무더위로 진저리쳤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몰랐었던 더위였다.

오직 더위를 이겨내야겠다는
일념으로 여름을 보낸 기분이다.

매미소리도 가까이 들려
시끄러워 견디기 힘들었다.
더위 때문에 만사가 귀찮았다.

이젠 멀리서 들려오고
풀벌레 소리가 정겹다.

여름은 갔다.
그칠 줄을 모르던 더위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가을이 왔다.

싱싱하던 나뭇잎들도 한풀 꺾였다.
가을 채비를 하고 있다.
곧 울긋불긋 단풍으로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거실의 화분들도
가을볕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뭐든지 할 수가 있는 느낌이다.
뭐든 해 낼 수 있는 기분이다.
무엇이든 하고픈 욕망이 솟는다.
가을바람 때문이다.

식욕도 솟는다.
몸과 마음에 힘이 솟는다.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곳도
해야 할 일도
마구 생각이 난다.

친척들에게 안부전화도 하고,
격조한 동무들도 만나서
사람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다.

계절이 바뀌니
살 것만 같다.

사계절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줄
이제야 깨달았다.

가을채비를 채근해야겠다.
반팔, 반바지 여름옷은 차곡차곡 개켜두고
긴팔 가을 겨울옷을 챙기자.

감기도 조심해야하고,
독감예방주사도 맞고,
건강도 살펴야겠지.

이렇듯
때가 되면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오듯

때가 되면
기쁨이 오고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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