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 가을에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

Peter-C 2017. 9. 25. 07:07

이 가을에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

청첩장이 연일 날라 온다.
음악회나 그림 전시회 초대장도
아마도 곧 날라 올 것이다.
그래야 가을이다.

그럴싸한 로맨스 영화도
한 편쯤 봐야 한다.
그래야 후덥지근했던 여름과 이별이다.

추어탕이나 전어회도 먹어줘야
가을바람을 맞이할 자격이라도 생긴다.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도
이 가을의 맛이다.

이 가을정취(情趣)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서
차 한 잔과 더불어 감상을 해야
낙엽이 반기는 멋이 아니겠는가.

들녘에 노랗게 변한 벼들이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가을바람에 물결을 만들고 있다.
마음이 넉넉해진다.

할머니 맛이 나는
밤, 대추, 송편, 빈대떡도
이 가을의 추억이다.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무더위는 아쉬움도 없이 가버렸다.
잘도 갔다.

문득, 갑자기 닥친 이 가을에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탐색에 급급하다.

높다란 가을 하늘을 향해
이 결실의 계절에
내가 거둘 것은 무엇인지 물어본다.

누군가에게도 묻고 싶다.
아니, 내 맘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헛살고 있는 느낌 때문이다.

가을바람이
재촉이나 하듯 스치고 지나간다.
뭔가 다급해진다.
목적도 목표도 없이
서두르기만 했다.

진지한 내 삶은 어디에 있는가.
무겁고 복잡하니
쉽고 간단한 것만 찾는다.

두루뭉술하게 넘기고
빠른 세월만 탓하고 있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이렇게 늦게야 깨닫다니.

왜 세월이 이토록 빠른지
이 가을에게 묻고 있다.

흘러만 가는 세월이
목적과 이유가 있겠는가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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