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질(本質)은?
세상은 발전한다.
모든 사물은 변한다.
세월은 앞만 보고 간다.
계절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바뀐다.
내 주변은 그대로가 아니다.
늘 변한다.
정치는 못되게 변하고 있지만
대부분 좋게 발전한다.
거리도 변한다.
빌딩과 도로는 옛 모습을 찾기 힘들다.
나의 얼굴도 늙어간다.
팔, 다리의 기력도 예전 같지 않다.
생각과 감각도 전과 다르고,
느낌도 감정도 변한다.
노숙해지는지, 퇴색되어지는지,
숙성되는지, 부패되는지,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글을 쓸 때 내가 있고,
드럼교실에 내가 있고,
산책을 할 때 내가 있고,
길을 걷는 내가 있다.
그때마다 각기 다른 나다.
우울할 때가 있고,
서운할 때도 있고,
의기소침할 때도 있고,
의기양양할 때도 있다.
절망감을 느낄 때도 있고,
행복감을 느낄 때도 있다.
싫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
기쁠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친절할 때가 있고,
짜증을 낼 때가 있고,
애국자일 때도 있고,
이기적일 때가 있다.
시시때때로 바뀐다.
변덕을 부리니
믿을 수가 없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나도 변한다면
신뢰가 사라진다.
모두가 변하고 있지만
나의 변하지 않는
고유한 성질이 있는가.
나의 본질은 어떤 것들인가.
내가 나이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기는 한가.
내가 나인 근거가 되는 것들이 무엇인가.
내 나이 칠십인데,
아직도 모른다.
정말 모르겠다.
나의 본질이 무엇이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끊임없이 변하니
변하는, 변할 내 모습을
미워하지 말자.
그냥,
나를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