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사랑하는 승이에게(45 말하기)

Peter-C 2018. 2. 26. 07:32

사랑하는 승이에게(45 말하기)

네가 내게 슬그머니 다가와
“할아버지 옛날 얘기 해주세요.”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단다.
기억나니?

내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승이가 다 큰 아이처럼 보였단다.

그뿐만 아니라,
“고모, 빨리 일어나세요.”
“엄마, 내가 도와드릴까요?”
그렇게 또렷하게 말을 하더란다.
기특하구나!

할아버지 방에 와서는
Drum Pad를 보고는
“할아버지, 이거 뭐예요?”
“할아버지, 이거 뭐하는 거예요?”
나에게 묻더구나.
얼마나 야무지게 물어보던지!

단어 선택도 명확하다.
주어 동사가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군소리 없이 발음도 정확하다.
정말 제법이다.

헛말이 아니다.
생각한 바이다.
자기 의사표시가 또렷하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승이가 똘똘해 보이기 시작했단다.

너는 나름대로 생각과 말이

뿌리를 내렸다는 증거다.

훌쩍 컸다.
갑자기 커진 느낌이다.

너의 언어구사력(言語驅使力)도
분명 일취월장(日就月將)할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옛날이야기를 준비해야하니,
내가 은근히 긴장된다.

옛날이야기를 준비해야하고,
재미있게 들려주어야하는데,

내 입담이 메주라서
듣다가 싫증을 느끼면 어쩐다?

하지만 생각만 해도,
상상만이라도 즐겁구나.

아무튼 인터넷을 검색해서라도
비상용으로 몇 가지 준비를 해야겠다.

할아버지 노릇도
수월하지가 않구나.

“Aesop 우화(寓話)”라도
다시 읽고 공부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