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이 칠십의 자화상

Peter-C 2018. 4. 23. 07:04

나이 칠십의 자화상

자랑할 것이 없으니
나이가 많다고 자랑한단다.
내가 이제 그 꼴이다.

나이 칠십이 거짓말 같다.
오륙십은 그냥 건너 뛴 기분이다.

큰어머니, 작은 고모,
사촌 누나들을 만날 적마다
내가 아버지를 꼭 닮았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아버님을 닮았다는 게 당연한 것이겠지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어찌 내려다보고 계실까
조심스럽다.

아버지께서 기대하시는 만큼
軍人으로서, 會社의 임원으로서,
家長으로서, 남편으로서, 할아버지로서,
무엇하나 자랑스러운 데가 없다.

더욱이 “최선을 다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신 있게 대답할 용기조차 없다.
이제 만회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이제 깨달았으나
시간과 몸이 허락하질 않는단다.
불효를 깨닫고 효를 하려니
부모님이 저 세상에 계신 꼴이다.

이뤄 놓은 것도,
내세울 것도 없다.
내가 생각해도 한심스럽다.
놀고 마시는 향락(享樂)만을 쫒았다.

이제 꿈도 희망도 황혼(黃昏)인 내 모습은
진실로 너무 초라하다.

늙는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이
더 이상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현실이
불쑥 내 앞에 나타난 느낌이다.

저항하거나 대항할
능력도 힘도 없다.

마지막 날까지 건강하게,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며,
안달하거나 구걸하기보다는
의연하고 담담하게,
조용히 맞이하면 좋겠다.

그래도 늦지 않았다며,
삶은 이제부터라며,
남은 시간들을 아끼자며,
인생을 새로이 정립해 나가자고
다짐을 해 보건만,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

화려하고 거창한 것보다는
더 이상 초라하지 않고
소박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정성을 다 하며 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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