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실수

Peter-C 2014. 7. 23. 14:04

사랑하는 아들에게

일요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구나.
내무반에서 장기 자랑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연병장에서 축구, 족구, 배구를 했나?

너의 인생 중에 아마도 실수가 가장 쉽게 허용되는 곳, 때가 군 복무기간일 것이다.
실수를 해도 부끄럽지 않은 곳이 군대이다.

실수하고 잘 못하면 얼 차려도 벌도 받지만
어느 누구도 치욕스럽거나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얼 차려도 힘들고 고통스럽지.
때론 사람취급도 아니하니 자존심도 상할 때가 있을 거야.
하지만 얼 차려 받는 다는 것은 인내심과 체력의 시험일 뿐이다.
그것은 다만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군에 있을 때 남자들은 변죽이 좋아진다고 한다.
사나이가 가끔은 뻔뻔해야 멋있고,
넉살과 유머가 풍부해야 스마트해 보인다.
그래야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법.

해서 말인데, “시범 조교 앞으로!” 하면 시범 조교가 앞에 나와 시범하듯,
노래 자랑이라든가, 장기 자랑, 축구 선수 선발, 등등
등 떠밀려 앞에 끌려 나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진해서 나가는 거야.
실수 하면 어때서, 걱정할 것 하나 없다.

실수하면 어쩌나, 남들이 흉보지나 않을까, 등등
군대에서는 그런 것 없다.
실수하면 오히려 더 즐겁다고 야단들이다.
군 복무 중에 실수나 잘못은 훗날 추억거리일 뿐이다.
그래서 너에게는 너의 군 복무기간 중이
변죽과 넉살과 뻔뻔스러움을 몸에 익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아빠가.
<200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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