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는 소리
다음은 이 현주 목사의
“밥 먹는 자식에게”라는 글의 일부이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 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대부분의 남자들은 군복무시절에
식사 속도가 빠르게 길들여진다.
형제가 많은, 대가족에서 자란 사람 역시
식사 속도가 빠르다.
난 두 가지 다 해당된다.
빠르다보니 자연 먹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좋게 표현하면
“먹음직스럽게 먹는다.”
“복스럽게 먹는다.”고 한다.
밉살스럽게 먹는 모습은
“깨작깨작 먹는다.”
“복이 달아난다.”고 한다.
사위 감도 먹는 모습을 보고 고른다했다.
쩝쩝 소리를 내며 머슴처럼 먹어도,
깨작거리며 먹어도 탈이다.
식사 중에 소리가 아니 날 수는 없다.
그 사람이 사랑스럽고 귀여우면
먹는 모습도 그렇게 보이게 마련이다.
미운털이 박히면
먹는 모습도 보기 싫은 것이다.
곱게 맛있게 먹는 모습은
아무래도 보는 이의 시각이 크게 좌우한다.
지난 9월19일 평양에 간 우리 기업총수들에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리선권이란 무례한 놈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하고
몰상식한 양아치처럼 욕을 했단다.
식사하는 자리였다.
듣는 이는 모욕과 치욕을 느꼈을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에는 나에게 그런 말이 없었는데
요즘 나에게 소리를 내며 밥을 먹는다고 한다.
잔소리인지, 정말 보기 싫어서인지 모르겠다.
밥 먹는 것 가지고 타박을 하니
기분은 썩 좋지는 않지만
그동안 얼마나 참아 왔나
미안하기도 하다.
한편으론
기력이 쇠한 노인처럼 느껴져
섭섭한 구석도 없지 않다.
목사님의 글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천천히 오래 씹으며 먹으면
속도 편하고
마음도 편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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