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넋두리
11월은
10월과 12월 사이,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달이다.
공휴일이 하나 없는 달,
옛 동무가 그리워지는 달,
가을 국화축제가 있는 달이다.
가을이 슬금슬금 물러가고
겨울이 야금야금 다가오는 달이다.
낙엽을 밟으며
단풍을 즐기는 달이다.
따뜻한 속내의를 골라 입고
두툼한 잠바를 꺼내 입는 달이다.
헌옷이지만 새 옷처럼 반갑다.
하루가 획 지나가고,
일주일이 금방 지나쳤고,
한 달이 훌쩍 갔고,
일 년이 벌써 다 갔다.
한 것도
이룬 것도 없이
세월만 갔다.
연륜이 쌓인다고 했는데,
도무지 무엇이 쌓였는지 모르겠다.
깨달은 것도,
배우고 익힌 것도,
성숙된 것도 없다.
베푼 것도,
쌓은 덕도 흔적이 없다.
삶의 의미도 맛도
깨닫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지나간 햇수만 늘어났다.
주변 사람들의 늙어감이
곧 나의 늙음이다.
약해진 그 모습이 내 모습이다.
그분들의 쓸쓸함과 외로움도
나와 같고
미련도 서운함도
나와 같을 것이다.
낙엽위로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가
내 마음을 차갑게 적신다.
내 마음과는 달리
단풍은 아름답다.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느낌이다.
볼 때마다 새롭다.
아침에는 춥고
저녁에는 쌀쌀하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연말에 이런저런 모임도
번잡스럽고 귀찮게 느껴진다.
해가 바뀌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놓친 것 없는지
싱숭생숭하다.
이쯤에 감기라도 걸리면
온데간데없는 11월이 된다.
첫눈이라도 내리면
기분이 확 달라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