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수줍음이 많아,
지나치게 부끄러워한다면,
남자답지 못하다고 한다.
그 녀석 씩씩하고 당당하다.
구김살 없이 잘 컸다.
칭찬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廉恥라 하는데,
염치가 없다, 모른다고 한다면,
세상살이의 올바른 자세는 못 된다.
대학교수 딸의 표창장이
가짜로 들통이 났다면 부끄러워서
얼굴을 어찌 들고 다니겠는가?
장관의 아들이 군 복무 중 특혜가 있었단다.
권위와 위신 때문에 세상을 어찌 살아가나?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큰소리친다.
그의 부끄러움은 누가 빼앗아 갔나?
공공연하게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손가락질인데도 눈 하나 깜작 없다.
옛 조상들은 집안에 불상사가 생기면
자신의 부덕과 허물을 탓하며
“남 보기가 부끄럽다.”
“대명천지에 얼굴을 어찌 들고 다닐까.”
바깥출입을 삼갔다.
조부를 조롱하는 시로
장원급제했음을 깨닫고
하늘을 쳐다보기 부끄럽다고
평생 삿갓을 쓰고 다녔다.
고난과 고통을 따지기에 앞서
자기의 박복을 먼저 부끄러워했다.
자기 양보, 겸양, 겸손의
아름다운 덕목이었다.
온갖 매체에서 유명인사(?)들의
부정부패 비리 의혹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누구 하나 부끄럽다고
얼굴을 감추기는커녕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한단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다.
자기 자랑과 과시하는 세상이라지만
그 뻔뻔함이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