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
세류동 주민센터에
Drum을 배우러 다닐 때 일이다.
어느 날 내 또래의 노신사가
Drum을 배우겠다고 교실에 들어섰다.
겉으론 환영인사를 건넸지만
속으론 얼마나 오래 할 것인가 짐작한다.
비슷한 노년층이라 내 딴엔
최선을 다해 안내와 조언을 했다.
며칠 후, 그는 내가 고마웠던지
식사를 하자며 나를 음식점으로 끌고 갔다.
얼마 후, 나 또한 그에게 답례를 했다.
딱 두 번 식사자리를 한 후,
그는 Drum교실을 그만두었다.
그런데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침편지를 내게 보내오고 있다.
모른 척 무시할 수 없질 않은가.
그 성의가 고마워
나는 꼭 “감사합니다.”라며 응답한다.
그와는 성함과 전화번호만 알지
직업이 무엇이었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고향이 어딘지,
아무것도 묻지도 않아,
아는 게 없다.
그도 나에 대한 정보가 없을 것이다.
내가 말한 적이 없다.
이제는 얼굴마저 가물가물하다.
길거리에서 만나면 알아볼 수나 있을지?
보내오는 전화문자 내용도
흔히들 주고받는 그림과 좋은 글뿐이다.
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주고
좋은 하루가 되기를 빌어준다.
그때 Drum교실의 회장, 강사와는
가끔 전화 안부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그에겐 오직 아침편지뿐이다.
이 Corona시대를 어떻게 보내느냐고
안부라도 전해야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