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날
내 어렸을 적 김장하는 날은
동네잔치이었다.
우물가에서 무와 배추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했었다.
김장하기 힘이 드니
김치를 사다먹자고 주장했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힘들어도 담가야한단다.
절임배추를 예약구매해서
식구끼리 할 수밖에.
내가 하는 일이란
집사람이 시키는 대로 한다.
그저 도우미다.
아침 일찍 “하나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이다.
주로 파 다듬기, 무 씻기와 채썰기 등
집사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이것 달라, 저것 달라 하면
재빨리 응하면 되는 잔심부름이다.
오늘 하루 종일이다.
지루하고 싫증나는 일이지만
정성이 양념이라
얼굴을 찡그릴 수가 없다.
겨울 내내 중심 반찬이다.
좋아하는 김치찌개의 주인공이다.
겨울나기, 월동준비(越冬準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치냄새를 감추기 급급했지만
요사이는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
발효식품으로 건강식이라
세계 곳곳에 외국인 김치 전문가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나타나고 있단다.
K-Food의 선봉장이다.
김치는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한 번 맛들이면 중독성이 있다.
매년 김장 할 때마다 힘들어서
금년이 마지막이라며
내년부턴 사 먹자고 다짐했었다.
내년에는 정말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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