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초등학교 시절엔
학교에서 공부를 끝내고
집으로 올 때가 가장 배가 고팠었다.
생도시절엔
식사를 끝내고 식당 문을 나서자마자
허기를 느꼈었다.
직장 생활할 땐
점심을 무얼 먹을까가
행복한 고민이었다.
내 생애에 없어서 못 먹은 적도,
먹을 게 없어서 굶은 적은 없다.
요즘은 식욕을 잃을까봐
은근히 걱정된다.
배가 고프다는 건
식욕이 왕성하다는 거다.
식욕이 없다는 건
매사에 의욕이 없다는 뜻이다.
입맛이 없다는 건
건강이 안 좋다는 거다.
뭐 먹고 싶은 것 없느냐고 묻는데,
특별히 먹고 싶은 것 없다는 대답도
맥이 빠지는 소리다.
내가 지금 뭘 먹고 싶은 것인지,
생각이 얼른 나질 않는다는 건
삶의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소극적 자세다.
먹는 즐거움을 잊었단 말인가.
내가 직접 해 먹기가 귀찮은 것이다.
비빔밥은 예외다.
내가 잘 비빈다.
먹다 남은 찬밥이 있고,
남은 반찬, 특히 나물, 무생채,
시금치, 콩나물 등이 남아있고,
버리기 아까운 김치찌개 찌꺼기는
비빔밥을 하기에 그만이다.
더욱이 오늘같이 궂은 날에는
안성맞춤이다.
이런 날은 식구들이 숟가락만 들고
내가 하는 비빔밥이
빨리 내가 완성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비법이야 별거 아니다.
참기름, 고추장, 김 부스러기다.
식욕이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