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11월

Peter-C 2023. 11. 2. 07:49

11

 

아쉬웠던 봄과 여름을 덮어두고

다가올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십일월이다.

 

십일월은

놀기도 행사도 바쁜 시월을 보냈고,

아쉬운 듯 십이월을 남겨두었다.

 

없는 듯 채워야하는 달이다.

수확으로 풍성하고,

단풍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다.

끝도 아니고 시작도 아니다.

애매하지만 싫지는 않다.

 

낙엽이 시시한 비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지니

쓸쓸하고 우울하기 쉽다.

 

화려했던 단풍이

어물쩍 사라지고

낙엽이 밟히는 소리에

괜한 서운함이 몰려온다.

 

천주교에서는 세상을 떠난

고인들을 추모하는 달이다.

 

그건 고인의 삶을 모범삼아

나의 삶을 살피는 일이다.

 

기쁨과 즐거움,

사랑과 행복,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 등을 곰씹는 일이다

 

지난날들을 뒤돌아보면

잘한 것도 없고

못한 것도 없이 지냈으니

십일월의 생김새를 닮았다.

 

늘 지금 이 순간만을

애틋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내가 밝고 맑진 못해도

그래도 안정되고,

조금은 겸손할 줄 알고,

삶을 견뎌내고 버텨낼 힘을 얻는

십일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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