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담그는 날
사다가 먹자고 해도
집에서 담가 먹잔다.
집에서 김장을 담가 먹으면
먹기야 좋지만
어지간히 힘든 일이 아니다.
보통 일이 아니다.
나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다.
도우미요, 보조 역할을 해야 한다.
옛날에 어머니께서 김장을 하는 날은
동네잔치처럼 시끌벅적했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총동원됐었다.
한 겨울엔 우리 집 김치가 제일 맛있다며
아버지 친구 분들 칭송이 대단했었다.
오늘 김장은 오리역의 하나로 마트에서
예약한 절인배추를 찾아오는 일부터 시작이다.
김장용 무는 묵직해서
다듬고 씻는 일는 내 몫이다.
채 써는 일도,
깍두기 서는 일도 내 몫이다.
배추를 옮기는 일,
그릇을 닦는 일,
파, 마늘, 양파 등을
다듬고 씻는 일,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해 내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잠시도 쉴 틈 없이 잔심부름이다.
김장을 담그는 일에
지식이나 정보나 아는 바 없으니
이것 달라 저것 달라
눈치를 살피는 보조다.
짠지 싱거운지
맛보기도 어설프다.
자정이 다 되어 김장 일이 마무리되어
덤으로 생긴 겉절이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을 하니
피로가 풀리면서 행복감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