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모임
해가 바뀌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겠다며
편한 날짜를 묻는다.
책상달력이 복잡하다.
이런저런 모임이 솟구친다.
모임마다 나는 나이 많은 편에 속한다.
불편한 모임도, 편한 모임도 있다.
지난 화요일 모임은
내가 막내였다.
좌장인 선배는
귀가 어두워 거의 말이 없다.
그런데도 골프를 했다며 자랑이다.
뇌경색이 살짝 지나간
중간 선배가 좌중을 흔들었다.
그는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웠지만
입담은 여전했다.
그가 주선한 모임이었다.
그가 몸이 더 이상 나빠지기 전에
보고 싶은 얼굴들을 모은 것이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자랑스럽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옛날 이야기였다.
함박웃음이 곳곳에서 터졌다.
대화는 아팠었던 일, 수술한 경험 등
건강에 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간간이 자식들 자랑도 있었다.
그 젊었을 적의 패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황혼의 노인들의 잡담이었다.
돌아갈 수 없는 추억들이 스쳐지나갔다.
건강하시라며
막연히 다음 모임을 약속하며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