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서
매일 노는 날이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한가하게 느껴지는
일요일이다.
옛날 같으면
산에 갈까,
골프를 할까,
테니스를 할까,
아니면 영화라도 볼까
이것저것 궁리가 많았었다.
한가롭게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본다.
아파트들이 위용을 자랑이나 경쟁하듯
줄줄이 서 있다.
아파트 사이사이로 상가들이
나 좀 보라는 듯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저 멀리 아주 높은 빌딩이 외롭지 않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다.
건물 사이사이로 나무들이
지루한 듯 졸고 있다.
아파트를 바라보면
아름다움이라든가,
아늑함이라든가,
행복함 등을 떠올려야하는데,
몇 층인가?
얼마짜린가?
투자가치가 있으려나?
계산부터 한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저층은 없고, 대개가 고층이다.
고층도 이만저만한 고층이 아니다.
위용을 뽐내듯 하늘로 치솟는다.
쓰러질까 겁부터 먹는다.
멋을 부렸지만
예술적 감각보다는
돈 자랑하는 듯하다.
부의 상징이요,
경제발전의 표상이다.
신시가지 개발이요,
도시화의 자랑이다.
멋과 예술보다는
편리함과 유행이다.
아름다움보다는
개성이란다.
하지만
차라리 편리성을 고집하는 편이
솔직하고 당당할 것 같다.
엉뚱한 잡념 속에 허우적거리다가
화들짝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궤변론자들의 세상이 아니기를,
솔직하지 못한 세상이 아니기를,
착함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아니기를,
법과 양심이 살아있는 세상이기를
창가에 서서
세상 밖을 맥없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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