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추억 속에 추석

Peter-C 2017. 10. 3. 08:06

추억 속에 추석

신촌 이대입구 대흥동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 아현동 큰댁으로
차례(茶禮)를 지내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갔다.

아버지와 형의 걸음에 뒤질세라
부지런히 쫒아갔다.

차례가 끝나면 다시 집으로 걸어 와
어머니께서 싸주신 과일과 떡, 술 등
차례음식 보따리를 들고
신촌역으로 향했다.

일산역에 내려 한 시간 정도 걸어서
할아버지 묘에 성묘(省墓)를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때가 되었다.
친척들이 집으로 우르르 몰려와 법석거렸다.
어머니는 이 날을 위해
몇 날 전부터 밤잠을 설치시면서 준비를 해 왔다.

군 생활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추석 명절은 점점 나에게 멀어져갔다.
비상대기 핑계로 전화 한통으로 끝냈다.

어머니의 분주한 모습도
아버지의 만족스런 웃음소리도
이젠 볼 수가 없다.

연탄, 무, 배추 등 풍족한 겨울준비로
부자가 된 느낌도 이젠 느낄 수가 없다.

지금 같은 자가용과 대형 Mart 시대엔
제수음식 준비 쉽고 편리한 점이 많겠으나
상대적으로 정성과 예절은 그렇지 못한 느낌이다.

떡도 만들기 힘들다고 사다가 먹는다.
차리고 설거지가 힘들다고
식사도 웬만하면 외식이다.
서로가 편하게 살잔다.

조상을 섬기는 전통예절도
책에서나 읽으면 다행이다.
일가친척들의 얼굴도
경조사 때나 간신히 뵙는다.
명절 때는 Smart Phone이 대신 바쁘다.

핵가족화가 급속도로 진전되어
친인척(親姻戚)의 중요성과 의미가
약화되어만 간다.

서로가 삶이 바쁘니 이해를 한다며
그것만으로도 만족하게 생각하니 다행이다.

추석 연휴가 길어서 해외여행을 하기에
절호의 기회라며 자랑한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교포들은 명절이고 뭐고 간에
“괜찮아?”하고 묻는 안부 전화가 빗발친단다.

미국과 북한의 으름장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먹을 것들이 풍부하고
친척들이 북적대는
그런 명절은 이제 추억 속의 일이다.

내 자식들은 훗날
이 추석 연휴를 어떻게 기억을 할까
궁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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