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우리 형

Peter-C 2017. 10. 14. 07:02

우리 형

며칠 전 추석 명절 때였다.

부모가 모두 돌아가셨으니
형님이 제일 웃어른으로
부모님 몫을 한다.

나보다 세 살 위지만
나는 형님 앞에서 언제나 어린 동생이다.
형님 앞에선 나는
10대, 20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친구들과
소주도 한 잔씩 한다니까,

얻어먹지만 말라면서
살 형편이 안 되면
얻어먹지도 말라고 당부를 한다.

나이 칠십의 나를
어린애 취급이다.

동생이니까 걱정과 애정이
아직도 그만큼 한다는 뜻이다.

현대건설 현장소장으로
포항제철, 광양제철 등 건설현장에서
젊음을 보냈다.

애국심과 경제발전에
각별한 애착과 자부심이 대단하시다.

나는 형님의
확고한 국가관과 분명한 사리판단력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틀림이 없으시다.

고집이 세기로는 일찍부터
친척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자자하다.
보통 고집이 아니다.

그런 형님께서
조금만 힘을 쓰며 움직이면
숨이 차서 절절매신다.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하신다.
날로 쇠약해지시니 걱정이다.

몇 번이고 병원에 가보라고 말씀을 드려도
들은 체도 안 한다.

젊었을 때 몸을 함부로 해서 그렇다며
내 몸은 내가 잘 안다며 막무가내다.

그러면서도 요즘은
당신 몸 건강 걱정보다는
나라 걱정이 태산이다.

젊은이들이 왜 잘 모르고 있는지
탄식을 하며,
어쩌다 이 지경에 까지 왔느냐며
한탄에 한탄이시다.

생각만하면 열통이 터져서
견디기가 힘들다고 하신다.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식욕마저 떨어져
살맛도 잃으셨단다.

듣고 있는 나는
무어라 위로의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래저래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나도 뭔가 큰 잘못을 했나싶고,
괜히 죄송스러워

마음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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