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이 값?

Peter-C 2017. 10. 19. 07:18

나이 값?

지하철을 막 탔는데,
객실 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두 사람만의 신경질적인 목청이 날카롭다.
주먹다툼 직전이다.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 분위기다.

나이 지긋한 어른(?)께서
한 잔을 하신 김에 용기를 내서
앉아있는 또 다른 나이 든 어른(?)에게

옆에 서 계시던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한마디를 해서
시비가 붙은 모양이다.

“왜 나에게 반말이냐?”
“너 나이 몇 살이나 쳐 먹었냐?”
“나이를 곱게 먹어야지?”
“나이 값을 해야지?”

생뚱맞게 나이 자랑(?)싸움이 됐다.
자랑을 할 것이 나이밖에 없는 모양이다.

가만히 곁눈질을 해 보니
자리에 앉은 할머니는
오히려 미안스러워 안절부절못하고 계신다.

밥을 “먹는다.” 하듯,
왜 나이를 “먹는다.”고 했을까?

많이 먹어 배가 부르면
만족감보다는 목표를 달성한 허탈함처럼,
나이를 많이 먹으면
오히려 공허하고 씁쓸하다.

문득 내 나이가 몇인지?
나는 내 나이 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지하철 안에 혹시
내 나이를 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슬그머니 눈치를 살핀다.

번개처럼 5 ~ 60대가 지나가버리니
배부를 틈도, 맛도 느낄 겨를이 없다.

배가 고프면 밥 먹을 때를 기다렸지만
나이는 기다리지도 않는데 먹는다.

어렸을 적에는
빨리 나이를 먹어 컸으면 하고
바랐는지는 모르겠다.

세월을 기다리기보다는
급행열차가 달려오듯 다가오고 있다.
세월은 탈도 없이 잘도 달린다.

나이를 알기도 전에,
나이 값을 하기도 전에
나이는 쏜살같이 달려만 간다.
나이는 빨리 먹는다고 체하지도 않는다.

나이가 어느새 칠십이니
나이를 먹는 줄도 모르고
나이를 망각하고 살아왔다.

내 나이 값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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